캐나다 교육 이야기 저자, 박진동님의 유학이야기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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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교육 이야기 저자, 박진동님의 유학이야기⑥

등록일 : 2014.01.14조회 : 3,340댓글 : 0

3가지 수준으로 나뉘어 있는 캐나다 고교 학급
캐나다 교육제도에서의 특징 중 중요한 3가지를 꼽으라면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할 수 있다.

첫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등수(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없다. (앞글에서 이야기했음)
둘째, 상위학교 진학, 특히 대학입학 시에 수능시험과 같은 전국적인 표준시험을 보지 않는다. 내신 성적으로만 대학을 가므로 학교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학입학제도와 함께 나중에 설명할 예정)
셋째, 학교 내에 진로와 학습 능력에 따라 다른 수준의 학급이 있다. 그런데 우수 학급으로 가기 위한 경쟁이 없다.

첫째와 둘째는 캐나다의 교육 분위기를 한국과 완전히 다르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사교육 열풍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셋째는 한국에서도 특목고나 자사고등의 형태로 있고 많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경쟁을 부르고 사교육을 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그런 일이 왜 안 일어날까? 캐나다로 유학 오는 학생이나 그 학부모는 그 이유를 알아야 캐나다 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다.

캐나다 일반 고교의 과목들은 크게 종합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문반과 전문대나 취업을 위한 실용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9, 10학년에서 Academic course라 부르는 학문반은 11, 12학년에선 University course로 이름이 바뀐다. 역시 9, 10학년에 Applied course라 부르는 실용반은 11학년, 12학년에선 College course로 이름이 바뀐다. 당연히 Academic과목들은 어렵고 Applied과목은 쉽다. 9,10학년에 이수하는 공통과목인 체육, 음악 등은 관계없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과목들은 난이도가 달라 자신이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할 것인지 고교 졸업 후 전문대 진학 또는 취업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해야 한다. 예전에 한국에서 진학반과 취업반을 운영했던 것과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집안 형편이 대학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취업반에 갔었고 그 숫자도 진학반에 비해 소수였다. 대학 학비가 한국과 비슷하지만 학자금 무이자 대출과 장학금 제도 등의 지원제도가 잘 되어 있는 캐나다에서는 가난이 대학 진학을 가로막지는 않는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실용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다. 토론토 내 고교에서 대체로 약 30% 정도나 되고 지방 소도시나 시골로 가면 그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Academic과 Applied 과목의 선택은 성적에 따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학생의 선택이다.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도 Academic을 수강할 수 있고 잘하지만 대학을 안가겠다고 Applied를 수강할 수도 있다. 자율 선택이지만 공부를 못하거나 안하는 학생이 Academic 과목을 고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 생각에는 어차피 대학에 안 갈 학생이라면 창피하게 Applied 과목을 듣는 것 보다는 성적을 잘 받든 못 받든 Academic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캐나다 고교는 과목 이수제이고 고교 4년간 30학점 (1학점은 1년 수강 과목, 즉 4년간 1년에 7.5학점씩)을 이수해야 한다. 각 과목은 50점을 넘지 못하면 낙제(Fail)가 된다. 그래서 본인의 능력 또는 성실성이 미치지 못하는데 무리해서 Academic 과목을 수강하다가는 고등학교 졸업장도 못 받게 된다. 30학점(필수 18, 선택 12)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1, 2년을 더 고등학교에 다니거나 교육청에서 개설하는 성인계속교육과정(야간)을 통해 필요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Academic 과목에서 점수를 잘 받지 못할 것 같으면 자연히 Applied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고 Academic 과목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보통의 학생들이 숙제만 제대로 하는 정도의 성실성만 보이면 80점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많은 학생들은 Applied를 선택한다. 왜일까?

캐나다에서는 ‘대학은 공부 잘하는, 그리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웬만한 학생은 모두 대학에 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다고 한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이다. 대학 졸업장은 따놔야 사회 생활하기 편하고 멸시 받지 않을 텐데 캐나다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일찌감치 대학가기를 포기하고 Applied 과목을 신청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서 공부를 성실하게 하지 않고는 졸업장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대학에서 점수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대충 공부해서는 졸업할 수가 없다. 어느 정도 해서 졸업을 한다고 해도 성적이 우수하지 않으면 졸업 후에 취직이 어렵다. 캐나다에서는 취직 시험이라는 것이 없다. 모두 대학 성적과 교수 추천, 그동안의 경력, 면접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몇몇 대학만 명문대로 인정받지도 않고, 대학의 서열도 나누어져 있지 않다.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는 큰 의미가 없고 오로지 성적과 실력으로 취직에 승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은 자신이 4년간 공부를 성실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남들 가니까 나도 간다’라는 생각으로 진학을 했다가는 시간낭비, 돈 낭비가 된다. 그것을 잘 알고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아예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대학에 갔다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해 중도에 또는 대학 졸업 후에 전문대로 향하는 학생들도 꽤 많기는 하다. 그것이 캐나다의 평범한 고등학생들이다. 그러면 우수 학생들은 어떨까?

우수학생들에게 Academic 과목들은 쉽고 본인의 성에 차지 않는다. 장차 전문직을 꿈꾸는 그들과 그 학부모들에게는 보다 수준 높은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립학교를 선호하기도 하고 공립학교의 Special program(특목반이라 할 수 있다)을 찾는다. 이 Special program에는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AP (Advanced Placement), Gifted (영재반), Math Science or Technology, Art Focus Program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우수 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우수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는 IB와 AP이다. 대부분의 유명 사립학교들 또한 이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높은 대학진학율과 함께 사회 진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공립학교 (토론토 교육청 산하의 경우 6개 학교에서 IB프로그램을 운영)에도 있어 비싼 돈을 들여 사립학교를 가지 않아도 우수학생들은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 교과과정을 배울 수 있다. AP와 IB에 깊이 관심 있는 분들은 ‘캐나다 교육 이야기’를 참고하시기 바라며 여기에서는 간단히 개요만 설명한다.

AP (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은 미국의 대학위원회 (College Board, www.collegeboard.org)의 주관 하에 미국과 캐나다의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대학교 1,2학년 수준의 교과과정과 시험이다. 이 과목들에서 상위 성적을 받으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되므로 대학 진학 후에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우수반 배치” 또는 “우수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의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그 의미를 수용하여 대학과목선이수(AP) 제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www.collegeboard.org

미국 전역의 대학 연합회인 College Board는 1955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시작해서 다양한 과목들에 대한 교습법과 교육 지침서를 제공하고 있다. AP는 점차 확산되어 2006년 약 1백만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에서 시험에 응시해 2백만 이상의 시험을 볼 만큼 미국과 캐나다 중상위권 고교생들에게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대부분의 북미 고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고 College Board는 이 교과과정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Home-School (학교에 안다니고 집에서 공부하는 대안학교) 학생들도 AP 학점을 딸 수 있게 되었다. 교과과정은 계속 추가되어 현재 약 30여개가 넘는 교과과정이 제공되고 있다. AP가 IB와 크게 다른 점은 과목별로 수강을 할 수 있고, 수강을 하지 않아도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Program이 제공되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대부분 Academic 과목을 수강하면서 자신이 잘하는 과목만 AP로 배울 수 있고, 프로그램이 없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잘하는 과목만 신청해서 시험을 볼 수 있다.

IB (The International Baccalaureate) Program 은 1968년에 설립되어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www.ibo.org) 에 의해 운영된다. IB를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국제표준교과과정”이라 할 수 있다. IB는 3~19세까지 학생들에게 Primary Years Program (PYP), Middle Years Program (MYP), Diploma Program (DP) 등 3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고등학생들을 위한 DP 가 핵심이다. 초등, 중등용 IB는 각각 1997년과 1994년에 생겼다. IB는 전세계 144개국 3,372개 학교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3~19세 학생 약 1백만 명 이상이 배우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고급 교과과정이다.
 
 
www.ibo.org

IB Diploma Program 은 16~19세 학생들에 대한 2년 교육과정으로 상위 교육기관(University)에서 국제적으로 받아 줄 수 있는 자격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 세계 수많은 대학들에서 인정되고 있다. IB로의 입학은 고교 입학 시에 지원하여 결정되는데 캐나다에서는 고교가 4년제라서 고교 입학 후 9, 10학년 과정을 Pre-IB (예비 IB)라 부르고 11, 12학년 과정을 IB Program이라 한다. IB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 하나로 가르쳐져야 하고 (한국에서는 국제학교만 IB Program이 있다)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IB School에 다녀야 하므로 AP와 달리 시험만을 별도로 볼 수 없다. IB 학생들은 6개 교과목에서의 평가 시험을 봐야하고 3가지 핵심 필요조건 (4,000 자의 연구논술, 1,600자 논술, 창조적 사회활동)을 충족시켜야 한다.

캐나다 고교생들이 IB와 AP를 수강하는 목적은 대학 입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 진학 후 공부를 잘하기 위한 준비학습이다. 대학 입학은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하고 전국적으로 보는 표준입학시험이 없으므로 내신 성적이 낮으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해도 유리하지 않다. 그래서 IB나 AP과정에서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고교생들의 상당수가 내신의 불리함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고 Academic 과정으로 옮긴다. 우리 두 아들이 모두 IB를 졸업하여 주변 친구들이 실제 대학 입학 과정에서 겪는 것을 보니 그 프로그램 졸업생들이 본인들의 실력은 Academic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보다 우수하지만 내신 성적이 낮아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이렇게 중도 포기와 대입에서의 불리함을 겪는 것들이 좀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입학 과열이 별로 없다. 공부를 잘하는 초.중등학교 학생이나 학부모들 사이에서 IB와 AP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는 있으나 거기에 들어가려고 사교육을 받거나 부모들이 정보전을 벌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국계와 중국계에서 일부 있기는 하지만 그런다고 잘되는 경우가 별로 없으므로 대세를 이루지 못한다.

IB나 AP를 이수한 학생은 대학 입학에는 유리하지 않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다. 고교의 University 과목 (Academic의 11, 12학년 과목)의 수준과 우수 대학의 1학년 교과목의 수준은 차이가 많이 나고 우수 대학에서의 교과목은 또한 2, 3 단계의 수준으로 나뉘어져 있어 높은 단계에는 Academic 과목 출신이 따라가기 어렵다. 고교에서 공부 잘한다고 자부심을 갖던 학생들이 수업을 잘 이해하지 못해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이 학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높은 목표를 갖고 있고 또 그런 자녀를 후원하는 부모는 가능하면 이러한 우수 프로그램을 끝까지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마디로 강력 추천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다른 일반 고교생들과 달리 매우 바쁘고 힘들게 공부해야 한다. 분량 많고 어려운 과제들이 그들로 하여금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게 하고 한국 고교생들처럼 밤을 지새우게 할지도 모른다. 대학입학이 목표가 아니라 대학원진학 등 더 깊이 있는 학문을 원하는 학생은 고교 과정에서부터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3단계 수준으로 나뉘어 있는 캐나다의 교과 과정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거나, 높은 단계를 이수해야 좋다거나 말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학생 본인의 능력과 성실성에 맞는 과정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모는 자녀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에 맞춰 장래 진로를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 지를 잘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유학생의 경우에는 유학초기에 특목반에 갈 경우 학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자신 있는 과목을 하나씩 도전할 수 있는 AP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7편에서 계속..
 
출처
• 주한캐나다 대사관 유학정보 사이트 : http://www.canadaedu.or.kr/school-infomation/study-in-canada/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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